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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에 벌집

김상섭 2013. 5. 18. 20:17

 

 

우연히 보게된 우편함 천정에 작은 뭔가가 보여서 자세히 보니까 벌이다.

그런데 일반 벌과는 생김이 다른 것 같은데 잘 움직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더 바짝대고 찍어봤다.

 

저녀석이 지금은 쉬고 있지만 우편함 안에 집을 짓고 있는 게 맞다.

어쩌지? 하필이면 우편함 안에 집을 짓나? 그런데 저놈이 여왕벌인가?

우체부가 우편물을 넣을 때나 내가 우편물을 꺼낼 때 저놈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벌에 쏘이는 일이 생기면 큰일인데..

얄궂은 녀석이 나타나서 신경쓰이게 한다. 

 

저 녀석을 내보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마음이 안 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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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6월 24일이니까 벌집이 있다는 걸 안지 한 달이 넘었다.

벌을 건드리는 게 내키지 않고 미물이라도 내 집에 들어오는 건 쫒지 않는

우리 정서도 있어서 우편물을 꺼낼 때는 손등을 물릴까 조심하면서 외면하고 지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까 전보다 훨씬 커지고 벌 마리 수도 늘어난 것 같다. 

내키지 않아서 미뤘더니 일이 자꾸만 커진다. 

 

 

한 달 남짓한 사이에 벌집이 제법 커졌고 벌도 여러 마리로 늘었다.

 

 

 

 

좀 더 가까이 가본다.

우체부가 우편물을 우편함에 던지다가 벌집을 건드리면 어쩌나 싶다.

안타깝지만 더 늦기 전에 모기향을 피워서 쫒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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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사이에 두고 제초제를 뿌린 옆 밭둑과 뿌리지 않은 우리 밭둑의 차이가 확연하다.

제초제를 안 뿌린 건 뭐 대단한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고 제초제 자체가 왠지 꺼림칙하고

 그걸 또 뿌려야 하는 게 싫어서 안 뿌린 건데 그러다 보니 풀을 자주 깎아줘야 한다.

우리 밭둑은 벌써 3번째 풀을 깎아주고 있다.

 

 

 잡초를 꼼꼼하게 뽑은 파밭과 더덕밭 사이에 잡초들..

낫으로 자른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저렇게 자랐다.

 

 

비닐을 친 밭고랑 사이에 난 잡초를 낫으로 베다가 아침 햇살이 따가워서 중단했다.

옆집이 제초제를 뿌리면 벌레들이 약을 안 친 곳을 찾아서 온다고 하던데

그래선지 풀을 베다보니 바닥에 작은 땅거미 등 곤충들의 움직임이

물고기처럼 몰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더덕밭 사이에 난 풀의 키가 넝쿨 탄 더덕보다도 높을까 싶다.

대단한 잡초의 자생력이다. 밭에 뿌린 거름은 저 놈들이 다 먹는지..?

더덕밭에 잡초를 뽑다보면 진한 더덕향이 풍기는데 그걸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더덕은 방어제로 더덕향을 쓴다는데 인간에게는 향기로 느껴지는 건 뭘까?

일부러 한 번씩 더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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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막는 게 현명한 게 아닌가?

모기향을 피워서 우편함에 넣었더니 벌들이 연기에 쫒겨서 밖으로 피했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벌들이 연기가 찬 내부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니까 밖에서만 맴돌고있다.

좀 미안하다.

 

 

세계가 꿀벌이 없어져서 걱정을 한다는데 나는 벌을 몰아내고 있다.

꿀벌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억지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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