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리 숫놈을 5년간 묶지 않고 키웠더니
먼 곳까지 발정난 암캐를 찾아가서 그곁을 맴돌며 일주일 정도는 지키고 있다.
걱정돼서 개를 찾으면 개가 주인보고 숨고 도망간다.
그렇게 암캐 발정이 끝나면 그때 돌아왔다.
여러 번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이젠 개가 집에 일주일정도 안 들어와도 익숙해졌는데
이번엔 몇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한테 잘못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5년간 기르던 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월 초에 이웃 분이 강아지 두 마리를 주신다.
딸 집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감당을 못 한다고..
넓은 눈밭에 강아지를 데려다 놓으니까 잘도 뛰논다.
암놈과 숫놈인데 한 배에서 나온 남매다.
어려도 서열 싸움을 하는지 먹이를 주면 경쟁이 치열하다.
앞에 있는 놈이 숫놈, 뒤에 있는 놈이 암놈이다.
수첩으로 유명한 회사 사장님 강아지인데 "종자는 좋을 것"이라며 줬다고
그래서 진도개다 싶어서 이름을 진돌이와 진순이로 짓고
뒷자만 부르니까 돌이와 순이다.
얘가 돌이다. 어려도 숫놈이란 게..
5월 초순의 돌이
아직 강아지다.
풀어달라는 응석이다.
얘가 순이다.
돌이에 비해서 성격이 차고 날카롭다.
돌이보다 체구는 작아도 밀리지 않고 끝까지 덤비는 악착같은 근성이 있던 놈인데
이놈을 분양했다. 키우다 보내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 두 마리를 카우는 건 벅차다.
그 강아지가 벌써 이만큼 컸는데 무슨 개가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상황파악을 하냐? 저 녀석은 저렇게 자주 거울을 본다.
거울로 주인이 뭘 하는지 집중해서 보고있다. 밖에 있을 때도
현관거울을 통해서 숙소 안을 자주 들여다본다.
개가 거울의 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인데
개를 키우면서 별 개를 다본다. 똑똑한 건가? ^^
또 무슨 진도개가 덩치도 크고 귀도 안서고..휴~
누가 그러는데 "풍산개 물 먹은 게 아니냐"고..
진짜 "종자는 좋은 것"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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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을 올리고 9개월..
지금까지 키우면서 느끼는 건 키워본 개들 중에 가장 정이 가는 것 같다.
가족 한 사람의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데 참 듬직하다.
시골 넓은 텃밭에 병아리를 풀어놓고 키우는데
근처에 고양이들이 자주 다녀도 우리 개가 신기하게 병아리들을 잘 지킨다.
그리고 지나가던 5년 된 진도개 숫놈을 물어서 개주인이 거칠게 항의도 한다.
뭐지? 그럼 풍산....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