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구

이항분포 실험기

김상섭 2013. 7. 30. 22:48

 

2000년에 처음 만든 이항분포는 규격이 1200x2400mm였는데

운반과 보관, 설치가 힘들어서 조금 더 가볍고 합리적인 규격을 생각하다 아래와 같이 제작했다.

 

먼저 조립과정부터 살펴본다.

        

왼쪽사진에서 보듯이 상판용 핀란드산 15mm 자작나무 합판을 900x1800mm로 재단해서

판이 휘지 않도록 밑에 보강대를 대고 테 돌림을 했다

그러나 대각선으로 비틀면 변화가 생겨서 판의 무게를 지탱할 중앙에 다시 보강대를 덧대고

아래 왼쪽사진과 같이 6mm 자작나무 합판으로 막아서 비틀림을 보완했다

물론 튼튼하고 깨끗해졌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6mm 합판무게가 더 나가는 것은 다음 작업 때 다시 보완해야겠다

 

 

        

이항분포의 판은 어느쪽에서나 수평이 이뤄져야 한다.

약간의 대각선 비틀림이라서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경사에 예민한 쇠구슬을 굴려서 실험하는 교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작은 것을 무시하고 만들면 나중에 쓸모없는 교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소홀히 할 수 없다.

오른쪽사진은 앞면이다.

 

        

왼쪽사진은 18mm 자작나무 합판으로 폭 10mm 막대를 만들어서  굴러내린 쇠구슬이 쌓일 곳을 만들고,

그때 가속도로 구슬이 밖으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으로 투명아크릴을 끼울 홈을 판 판재를 붙였다

오른쪽 사진은 막대를 붙인 위에 180mm 간격을 두고 변의 길이 30mm 육각형을 18mm간격을 두고  55개를 붙였는데

이것은 바닥에 수평과 수직을 잡은 다음 육각형 사이로 굴러내린 쇠구슬이 육각형의 꼭지점에 맞고

양쪽으로 나눠지는 확률이이 되어야 하는 신중한 작업이다.

샤프심으로 위치를 표시해도 오차가 생겨서 지그를 만들어서 붙였다

 한 번 붙이면 수정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왼쪽사진은 구슬을 모아 중앙으로 흘러내리게 하고  

육각형 밖으로 구르는 구슬을 제자리로 들게 하는 등의 기능을 하는 삼각판을 양쪽으로 붙혔다

넓은 면을 고루 본드를 바르고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파서 나사못을 조였고,

보이는 나사못 자리는 지름이 같은 봉을 깎아서 메우고 사포로 갈아서 마감했다.

사진에서는 구별이 어려운 출발점의 미닫이 손잡이도 붙이는 과정 중에 끼웠다.

오른쪽사진 앞에 작은 삼각형은 흘러내린 구슬이 되돌아올 때

뒤 벽에 부딪혀 튀는 것을 막고 구슬이 역으로 구르지 않게 출발점으로 모아준다.

작은 삼각형을 보기엔 별 것 아니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었다.

 

        

왼쪽사진은 핀란드산 15mm 자작나무 합판에 턱을 내고 Soft Maple30mmx50mm의 테를 만들어 홈을 파고

그 곳에 합판을 끼워 조립된 바닥판을 지지대와 연결할 곳에 표시하고 있고,

오른쪽사진은 지지대를 조립하고 있는 중이다.

원판을 받치는 지지대는 당연히 튼튼해야 한다.

모두 촉을 내고 홈을 파서 본드를 발라 끼우고 나사못을 박았다.

 

        

왼쪽사진은 무거운 교구의 이동을 생각해서 바퀴를 조립한 지지대에

나사못을 박은 자리 위를 다시 나무못으로 마감을 하고 있고,

오른쪽은 조립이 완성된  원판을 세워둔 것을 찍었는데 깔끔하고 예쁘다.

 

        

왼쪽은 칠과 실크인쇄, 그리고 아크릴까지 끼워서 완성된 교구와

오른쪽은 쇠구슬로 실험하고 있는 사진이다. 구슬은 16mm 쇠구슬을 썼다.

칠하기 전에 실험했을 때는 거의 정확하게 나오던 이항분포가,

칠한 후에는 좌우측으로 심하게 쏠리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새벽까지 매달려 원인을 찾고 또 찾았지만 끝내 못 찾고 돌아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아침에 실험할 때는 쇠구슬이 쌓이는 모습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마 칠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기존의 락카는 실험에 영향이 없었었고,

이 교구에는 처음 쓰는 독일산 천연왁스가 그런 현상을 만드나보다.

왁스가 완전히 건조한 후부터는 계속 실험을 해봐도 그런 현상이 생기지 않았는데,

그때는 창원대학교에 내려 보내야 하는 시간약속까지 한 상황이라서 참 난처했었다.

2000년에 처음 만들었던 교구는 나무구슬을 썼었는데,

나무구슬은 원이 정확하지 않고 육각형 사이를 지날 때 병목현상이 심해서 자주 손을 대야 했는데,

 쇠구슬은 그런 현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다.

쇠구슬도 출발점에서 병목현상이 생기는데 한꺼번에 많은 구슬을 내려보내면

구슬이 미쳐 내려가기도 전에 뒤 구슬과 부딪혀서 실험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오른쪽사진처럼  손으로 쇠구슬을 조금씩 내려 보낼 때가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산업디자이너인 조영길님과 (디자인 몰 대표) 밤늦도록  함께 칠을 해서 완성한 교구이다.

 처음 이 교구를 만들었을 때보다는 확률도 높고 쓰기 편하며 또 많이 깔끔해졌다.

2000년 초여름경이던가처음 이 교구를 만들어서 새벽까지 실험을 했었다.

그때는 작업실 공간이 좁아서 밖에서 실험했었는데,

도로가 수평이 맞지 않아 애를 먹으며 실험하고 있을 때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새벽차들이 질주했던 기억이 난다

 

부품제작과정  

       

핀란드산 18mm 자작나무 합판으로 육각형 좌우측에 붙일 삼각판을 육각형의 간격을 계산해서 표시한 다음

각도를 맞춰서 좌우측을 재단기로 자르고 있다.  이렇게 자른 뒤에 남은 것은 실톱으로 다시 잘랐는데,

육각형을 모두 붙인 쪽과 폭이 일정하게 맞아야 하는 작업이다.

자르기 전에 몇 번을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왼쪽은 육각형 자르기를 하기 전에 준비된 소재와 미리 잘라본 육각형,

보조대를 써서 육각형 한 쪽을 자르고 있는데 소재를 받히는 곳이 뾰족하다.

이것은 사각형 막대를 받침으로 썼을 때 사각형 소재가 각도가 맞지 않았을 경우,

또는 나무가루가 구석에 들어가 그것 때문에 작은 편차가 생겨서 육각형 규격이 달라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한쪽 육각형 자르기를 마친 것과 돌려서 반대쪽 육각형 자르기를 하고 있는데,

이쪽은 닿는 곳이 뾰족해서 보조대 때문에 오차가 생기지 않아 사각막대를 썼다.

또 아무리 좋다는 핀란드산 자작나무합판이라지만 끄트러기는 일어난다.

깔끔한 재단선을 생각한다면 보조대를 권한다.

 

 

         

왼쪽사진은  완성된 육각형과 오른쪽사진은 원판 밑에 붙일 꺾임대에 베어링을 박은 사진인데

베어링이 빠지는  막기 위해 구멍을 파고 나무못을 박았다

이 베어링이 원판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원판을 기울일 때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한다.

 

         

지지대 위쪽 나무나사가 들어갈 자리에 암나사를 파고

그 곳에 원판과 지지대를 연결할 수나사를 단풍나무(Hard Maple) 만들었다.

 나무나사는 의외로 잘 풀리지 않으면서 생각보다 단단하다.

 

         

원판 가운데에 왼쪽사진과 같이 꺾임대를 붙였고 오른쪽은 칠까지 마감한 지지대 받침이다.

실험을 할 때 편안한 높이와 발에 걸리지 않고 안정된 원판과의 비례,

가벼우나 원판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하는 구조와 꺽이는 각도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만들었다.

 

 

         

실험이 끝난 쇠구슬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밑에 서랍을 만들어서 쇠구슬을 올리는 것과 

뒤로 기울여서 쇠구슬을 양 측면을 통해 출발점으로 되돌리는 것,

그리고 동력을 이용해서 쇠구슬을 다시 출발점으로 올릴 수도 있겠다.

물론 갖가지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2000년에 만들었던 것처럼

다시 뒤로 기울여서 되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처음 만들었던 교구는 측면으로 되돌아오는 구슬이 벽에 부딪혀서 튕기는 것을 막으려고 

바닥에  곡선으로 오린 나무판을 붙였는데, 그러나 구슬들이 되돌아올 때

그 곡선을 타고 휘돌아 모이는 게 산만해서 이것을 개선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왼쪽사진처럼 나무에 스프링을 걸고 쇠구슬이 되돌아오는 길목을 막아

쇠구슬의 가속도를 줄이려고 했으나 실험에 실패했고,

오른쪽사진처럼 얇은 강철판으로 쇠구슬이 되돌아 올 때 가속도가 붙은 것을 저지하고

역으로 구르는 것을 막아주며, 뒤에 보이는 경사진 검정색 고무는 충격흡수와 쇠구슬을

가운데로 보내는 역할을 하게 한 것인데 역시 실패했다.

실제로 실험했을 때는 쇠구슬이 한꺼번에 몰려 병목현상이 생기고

그 병목현상을 얇은 강철판이 버티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삼각형을 생각했고, 또 실험에 성공했을 때는 참 기뻤다.

 

교구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교구를 만들고 싶어 하고,

만들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보다 더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찾고자 고심한다.

이러다 보면 완성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때로는 약속된 날짜가 늦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날이 결혼기념일임에도 늦게까지 기다렸다가 반갑게 맞아주시던

창원대학교 우경수교수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00년대 중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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